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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40628] 2000만원짜리 한류체험… 럭셔리 관광객 온다

작성자 : 우리옛돌박물관 | 작성일 : 24-07-09 11:29 | 조회수 : 798

 

2000만원짜리 한류체험… 럭셔리 관광객 온다​

 

'초호화 한국 관광' 인기

 

최연진 기자 ·김영우 기자 

업데이트: 2024.06.28. 05:19  등록일: 2024.06.28. 00:47

 

 보자기 공예 체험하는 해외 관광 전문가들 -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우리옛돌박물관을 찾은 해외 ‘럭셔리 관광’ 전문가들이 보자기로 두루마리 휴지를 싸는 체험을 하고 있다. /전기병 기자

보자기 공예 체험하는 해외 관광 전문가들 -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우리옛돌박물관을 찾은 해외 ‘럭셔리 관광’ 전문가들이 보자기로 두루마리 휴지를 싸는 체험을 하고 있다. /전기병 기자

 

 

지난 25일 서울 성북구 우리옛돌박물관. 한복 차림의 하영준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가 슥슥 선을 그어 수묵화 한 점을 완성해내자 지켜보던 외국인들이 “우아” 하고 탄성을 냈다. 수묵화 그리기 체험을 하는 자리였지만, 이 외국인들은 체험보다는 ‘관찰’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였다. “우리 클라이언트(고객)를 꼭 모시고 와야겠다” “고객들이 동양화 수집에 관심이 많은데 이런 체험을 흥미로워할 것 같다” 등 반응이 쏟아졌다.

옆 회의실에서는 외국인 참가자와 국내 한옥호텔 관계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호텔 관계자가 호텔 사진을 보여주자 “어떤 건축가가 지었느냐” “이 도자기는 어느 시대 도자기냐” 질문이 나왔다.

이들은 미국, 브라질, 영국, 인도, 아랍에미리트 등 15국에서 온 관광 전문가들(travel designer)이다. ‘럭셔리 관광’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설계·판매한다. 럭셔리 관광은 강남 의류 매장을 통째로 빌려 ‘싹쓸이 쇼핑’을 하거나 한강에 요트를 띄운 뒤 한식 셰프를 불러 가족 식사를 하는 등의 여행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보통 교통, 쇼핑 등 비용을 제외하고 체험 비용으로만 하루 300만~400만원 이상을 쓰는 관광을 럭셔리 관광이라고 한다.

서울시가 지난 23~26일 ‘커넥션스 럭셔리 서울’ 행사를 개최해 서울의 호텔, 한식당 등 관계자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자 30명 전부 자기 돈으로 비행기표를 끊고 날아왔다. 2022년 “우리도 프리미엄 관광 시장을 개척해보자”며 처음 개최했는데 브라질, 멕시코 업체까지 참가한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4일간 김밥 말기 등 한류 문화를 체험하고 국내 호텔 등과 비즈니스 미팅을 했다.

이들은 “최근 ‘서울에 가보고 싶다’고 하는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저마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까지 들고 왔다.

“우리 고객들은 파리, 런던, 두바이 같은 도시는 이제 질렸다고 해요. 그러면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온 서울 쌍문동 시장을 가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놀랐습니다.” 브라질에서 온 캐롤리나 빌렐라(50)씨의 말이다.

멕시코에서 온 데이비드 페레즈(44)씨는 “예전에는 솔직히 한국 관광 문의가 0건이었는데 최근 2~3년 새 ‘일본·중국 말고 한국’이라고 하는 고객이 생겼다”며 “소갈비집 투어 같은 ‘미식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했다. 

 

이들이 꼽은 럭셔리 관광의 핵심은 ‘차별성’이었다. “부자 고객들은 비용은 신경 쓰지 않는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관광 말고 진짜(authentic) 체험을 원한다”고 했다.

프랑스 여행사 대표 메건 압델리(29)씨는 “서울시 행사가 끝난 뒤 강원도 속초로 가 프랑스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체험 포인트를 찾아볼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설악산 사찰을 둘러보고 해변 식당을 대관해 해산물을 맛보는 상품이 어떨까 싶다”며 “프랑스 부자들은 여행지의 전통 문화와 미식에 열광하기 때문에 속초에서 하루 이틀 머무는 데 2000~3000유로(300만~450만원)는 기꺼이 쓸 것”이라고 했다.

국내 여행사 관계자는 “한 럭셔리 관광객이 한국 로컬(주민)처럼 북한산 하이킹을 하고 싶다고 해 등산로의 나무 이름까지 속속들이 아는 전문 숲해설가를 섭외하고 한국식으로 등산 도시락까지 쌌다”며 “6시간 하이킹에 200만원을 내놓더라”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강에서 라면을 꼭 먹어봐야 한다고 해서 한강 편의점을 1시간 통째로 빌렸다”며 “자기 가족끼리만 템플 스테이를 하거나 한의원에서 침을 맞는 경우도 봤다”고 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럭셔리 관광객은 약 18만명으로 집계됐다. 그중 일등석 항공 좌석을 이용하거나 전용기를 타고 입국하는 ‘상위 1%’ 럭셔리 관광객은 1인당 평균 2116만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교통, 쇼핑 비용을 제외한 ‘순수 체험비’만 집계한 것이다. 국내 관광 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덤핑 관광’으로 관광객 100명을 유치하는 것보다 럭셔리 관광객 1명을 모셔 오는 게 더 남는 장사라는 말도 있다”고 했다.

이번 서울시 행사에는 신라호텔과 조선호텔이 처음으로 참여해 호텔 스위트룸과 식사 메뉴 등을 소개했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체인 호텔들은 예전부터 소리 없이 럭셔리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아왔는데 우리는 좀 늦은 편”이라고 했다.

김동희 숙명여대 문화관광외식학부 교수는 “서울에서도 이제 럭셔리 관광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원문: https://www.chosun.com/national/regional/2024/06/28/BENLIIB76JFKVB25A4U5EPE3RA/